[mzab] 감기

아이고, 복희 님... 이렇게나 늦은, 그리고 이게 과연 복희 님이 원하셨던 아이들인지 진지하게 궁금해지는 리퀘를 부디 용서하세요. T_T 언제나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을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T_T











  그러니까 지금은 11월 중순이다.

  올 가을이 아무리 예년보다 따뜻하다곤 해도 11월 중순이다. 아직 한낮에는 조금만 뛰어도 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기온이 올라간다곤 해도 11월 중순이다. 오늘이 다른 날보다 유난히 햇살이 따갑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곤 해도 11월 중순이다. 그래, 지금은 11월 중순이고, 아침에 현관문을 열어 제치면 뺨에 닿는 공기가 차갑다 느껴지고 저녁에 하교하면서 아이스크림보다는 따뜻한 어묵 생각이 더 나는 그런 때인 것이다. 그런데!!!

  "콜록, 콜록."

-하는 이 목메는 기침 소리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녀석의 것이었다. 부숭부숭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까치집의 까만 머리통이 기침 소리에 맞춰 들썩들썩. 나보고 매번 쿠소레라고, 멍청한 레프트라고, 정신 좀 똑바로 차리고 살라고. 그렇게나 떽떽 거리는 녀석이지만 나는 가끔 이렇게 말해주고 싶을 때가 있었다, 너나 좀 제대로 하고 다녀. 그리고 지금이 꼭 그랬다.

  11월 중순이란 말이다, 주변 애들을 둘러보라고. 다들 가디건이나 자켓 정도는 걸치고 다니고, 어떤 녀석은 벌써부터 코트까지 꺼내 입었다. 여자애들은 다들 레깅스나 타이즈로 맨다리를 가렸다. 그래도 한낮의 교실은 제법 따뜻해서 다들 그렇게 껴입고 온 겉옷을 어딘가에 팽개쳐 둘 정도인데, 그 가운데서 이 녀석 혼자 드는 볕 따윈 무색해 질 만큼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마른 등을 감싸고 있는 깃만 빳빳한 셔츠 따위, 스물스물 파고드는 한기를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 너무도 뻔해 보인다.

  얘네 집에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이런 날씨에 아들내미가 이렇게 얇게 입고 돌아다니는 게 걱정도 안 되나. 우리 엄마는 오늘 같이 따뜻한 날에도 코트 입고 가라고 현관을 나서는 날 붙잡았고, 됐다고 휘휘 내젓는 내 손에 그럼 이거라도 하라며 누나가 목에 둥게둥게 둘러 준 머플러가 등교길 내내 귀찮았다. 하지만 오늘 입은 노란색 가디건에 어울리지도 않는 회색, 게다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까끌까끌한 울 소재의 그 머플러를 나는 차마 풀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바보는, 나에게는 항상 바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 바보는 머플러는 고사하고 셔츠 하나 달랑 걸치고서 학교에 왔던 것이다, 보는 사람이 다 춥도록.

  아침 훈련 때부터 유난히 콜록 거리는 기침소리가 신경 쓰였다. 부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교실로 가는 길에 그냥 지나쳐 버리는 양호실이 눈에 밟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감기약 정도는 챙겨 먹었겠지, 자기 몸 상태도 모르는 바보는 설마 아니겠지, 괜한 말 했다가 또 너나 잘 하라고 한 소리 듣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평소답지 않게 힘이 빠진 듯한 어깨는 기분 탓이려니, 그렇게 애써 넘겼더랬다. 하지만 앞자리에서 들려오는 기침 소리는 점점 잦아질 뿐, 이제는 아주 골수에서부터 기침을 뽑아내나 싶은 것이다.

  역시 아까 양호실에 데리고 갔어야 했다고, 그렇게 혼자 주억거리는데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얻어맞은 듯 맥없이 책상 위로 무너지는 눈앞의 어깨에 그만 깜짝 놀랐다. 야, 너 왜 그래! 선생님이 채 교실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기에 톡톡 손가락 끝으로 등만 두드리며 소리 죽여 묻자, 사포로 잘못 문질러 결이 다 망가진 유리공 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졸려서. 이게 도대체 남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소린지, 그게 아니면 정말로 둔해서 아픈 거랑 졸린 걸 구분을 못 하는 건지. 어느 쪽이든 대꾸할 말도 떠오르지가 않아 그저 기 막혀 하고 있자니 하나이가 도시락을 들고 와서는 물었다. 아베, 뭐해? 그런 하나이의 말투가 너무도 무심하게 들려서, 몰라서 묻는 거냐고 쏘아 붙이려는데 이 녀석이 아까 같은 목소리로 답한다. 점심 둘이서 먹어, 난 잘래.

  그럼 내 자리 가서 먹을까? 나에게 이렇게 물어오는 하나이조차 기가 막혀서. 이 녀석이 아프다는 사실에 스스로는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이렇게까지 무심할 수 있을까 싶어서. 미하시가 이렇게 콜록 거리고 있었으면 이 녀석은 분명히 쨍알쨍알 잔소리를 해대면서 양호실로 끌고 갔을 것이 뻔했다. 아니, 그게 나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런 망할 쿠소레가, 바보는 감기도 안 걸린다는데! 솔직하지 못한 말투에 걱정을 담아서, 귀찮다고 칭얼거리는 나를 끌고 양호실에 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이렇게나 아파도 아무도 걱정해 주지 않는다. 아무도 이 녀석을 끌고 양호실에 가지 않는다. 겉옷과 약을 챙겨주지 않은 이 녀석의 가족들도, 자겠다는 그의 말을 곧이듣는 하나이도, 양호실을 그냥 지나쳐 버린 아침의 나도. 이 녀석은 바보가 아니라고, 자기 몸 정도는 알아서 챙길 수 있을 거라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챙겨줄 정도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여전히 마른 기침소리가 새어 나오는 웅크린 어깨에 내 가디건을 둘러 주고 책상 위로 늘어져 있는 손목을 낚아채서 질질 끌고 가기 시작한다. 어디 가? 당황한 하나이의 목소리 따위 그저 무시해 주고. 내가 이끄는 대로 정신없이 끌려오다가, 지금 뭐하냐? 그렇게 묻는 아베의 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열로 벌건 얼굴과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노란색 가디건이 그렇게나 우스울 수가 없었다.

  "아베, 너 노란색 진짜 안 어울린다."

  가던 발걸음도 멈추고 이렇게 말하는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그의 표정에 웃음이 나고, 여전히 붙들고 있는 그의 손목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눈물이 나고. 그래서 셔츠 하나만 걸치고서는 도무지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복도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서 그렇게 한참을 웃으면서,

이제는 내가 널 걱정해 줄게.









20071203,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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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타니 후미키, 17세. 연심을 느끼다. 으하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orz)

by 얼그레이 | 2007/12/03 22:52 | 천일야화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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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뇰님 at 2007/12/04 04:08
아우와아아아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사랑스러운 미즈아베라니! 엉엉 한기로 얼어붙은 몸을 땃땃한 달달함으로 녹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쿠우 귀여워요, 귀여워요! 몸을 잔뜩 움츠리고 콜록거리는 아베가 너무 안쓰러워 냉큼 껴안고 싶어짐을 느꼈는데 미즈타니가 먼저 귀여운 짓을 해주는 군요! 아베에게 노란색 가디건이라니 어울릴 듯 안어울릴 듯 참 묘할 것 같아요 ㅠ///ㅠ 훈훈한 미즈아베를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칼리샤 at 2007/12/04 07:52
ㅠ///////////ㅠ
보고 있는데 왜이렇게 부끄러워 지는 거죠..........(크흑) 아 귀여워요달아요(...) 미즈타니 쿠소레 17세 연심을 느꼈군요! 평소엔 강철벽처럼 보이던 그대의 약한 모습을 발견한 그 순간부터 모에가 시작되는... 넵 자중하겠습니다.(.....)
아 훈훈하네요 따뜻하네요...
Commented by 가루비 at 2007/12/04 11:43
..........어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님의 글은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어요ㅠㅠㅠ어흑 나오는 글마다 족족 이렇게 제 가슴을 후려치시니ㅠㅠㅠㅠ 응 미즈미즈 앞으론 니가 아베 좀 걱정해줘ㅠㅠ어흑.... 귀엽고 달달하고 또 왠지 모르게 애틋합니다. 보통의 17세의 소년만큼의 딱 그만큼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듯 하면서도 또 의외로 이렇게 아베에 대해서는 속 깊을 것 같은 미즈타니의 이런 성정이 너무 좋은 저였죠.
Commented by 얼그레이 at 2007/12/05 12:10
뇰// 어머, 뇰 님께서 여기 오시다니...orz 그 새벽에 추위에 떨고 계셨군요! 아유, 몸 조심 하세요! T_T 사실 노란색 가디건은 남자애가 소화하기 참 힘든 아이템인데, 생긴 것만은 쟈니스인 우리 후미키라면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아베는 못 그럴 것 같아서 입혀 봤답니다. 훈훈해 지셨다는 감상에 제가 더 감사합니다. T_T

칼리샤// 흑흑, 리샤 님도 스스로는 개그라고 주장하는 달달물 잘 쓰면서! 저번 타지아베에서의 슈퍼스타에 두근두근하는 아베는 저도 보면서 부끄러웠다구요! 사실 아베가 워낙 딱딱한 녀석이라, 후미키 정도로 유들유들해야 옆에 잘 달라 붙어서 아베의 그런 면을 발견할 것만 같아서요. 헤헤, 그렇게 모에는 시작되는 것이빈다! >_<//

가루비// 가룹 님은 언제나 절 너무 과대평가 하셔서 감상 주시는 거 보고 있으면 얼굴이 화끈화끈 하고 말아요. T_T 가룹 님을 위해서라도 더 좋은 글 써야겠다고 생각하곤 한답니다. 미즈타니는 화기애애한 집안에서 구김 없이 자란 이미지라, 자신만큼 사랑 받지 못했던 사람에게 받은 만큼 퍼줄 수 있을 것만 같지요! 그런 (저만의) 후미키가 참 좋아요. T_T
Commented by 달시야 at 2007/12/06 04:11
아아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한밤에 가슴을 때리는 달달함에 몸부림치는 저였지ㅠㅠㅠㅠ....
얼님 덕분에 미즈아베가 점점 더 좋아져요! 어떡해요 이 귀여운 둘을!!!!!!!!!!!
양호실 가서 그 뒤에 어쩔거야 얘들아 으흣....//<<<
Commented by 얼그레이 at 2007/12/06 14:57
달시야// 아이고, 제 눈엔 뿜는 달샤 님이 훨씬 귀여워 보이는 걸요.....:$ 제 덕분에 미즈아베가 좋아진다고 하니 전 제 할 몫을 다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냥 뿌듯하답니다. 진짜 미즈아베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어요. 너무 귀엽고 보들보들한 애들이라 보고 있으면 정말... 양호실에선 과연 어쩔까. (지못미, 타카야. 푸하하;;;)
Commented by 퍼프 at 2007/12/17 21:53
....진짜.........엔솔로지를 가장 기대하고 있는 인간은 저일겁니다.
제가 이런 분들이랑 같이 한단말이졍..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0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얼님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후우 요새 왜 이리 주위분들께서 미즈에 대한 애정을 2000배쯤 높여주는 떡밥을 주시는걸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무튼 굽신굽신 뒤 좀 써주세요<<<<...()
Commented by 얼그레이 at 2008/01/01 11:58
퍼프// 제가 펍 님의 미즈에 대한 애정을 더 높여드리기 위해서 미즈아베를 퐁퐁 생산해 내야 겠다능...orz 그러니 펍 님은 미하베에 대한 애정을 높여 주시라능! 펍 님의 호리호리하고 인형 같은 미하시가 너무 좋다능!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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